연재를 시작하면서-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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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6-03-26 08:30 조회1,196회 댓글0건본문
장편소설 『이 生에서는 늘 離別이었네』 연재를 시작하면서 ---김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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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셋이 되는 해 늦가을, 마침내 내 인생에 결론 하나가 내려졌다. 나는, 아니 우리는 영산이라는 조그마한 시골에 버려졌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이었다. 유폐(幽閉), 그랬다. 우리는 유폐 되었다. 나는 더는 기다릴 사람이 없었다. 인간에 대한 모든 믿음을 버렸기 때문이었다. 컴퓨터 한 대와 내 아이만이 내 모든 것이었다. 아이가 학교에 간 시간에는 나는 홀로 들과 숲을 쏘다녔다. 겨울로 넘어 가는 들과 산은 물 속 같았고 나는 조그마한 지느러미를 단 길 잃은 물고기였다. 때로 시냇물을 따라 걸으며 나무와 들꽃에게 나의 남은 길을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내게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시간의 질서를 따라 바람결에 흘려갈 뿐이었다. 나는 그들의 무응답이 섭섭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간의 질서에 순응해 흘러가는 그들만큼 순결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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