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외갓댁 고모댁 (34)전라도사공(김극녕)의 장인 백호 임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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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6-12-01 11:25 조회1,229회 댓글1건본문
●죽은 딸을 제사하면서
네 용모가 남보다 빼어나고
네 덕성이 하늘에서 타고 났지
부모 슬하에서 열다섯살
시집 가서 이제 육 년 되었지
어버이 섬긴 일이야 내 아는 바고
시부모도 잘 모셔 칭찬들었지
하늘이여, 귀신이여
내 딸이 무슨 허물 있던가
한번 병들어 옥이 깨졌으니
이런 일이 또 어디 있으랴
아비도 병들어 가보지 못하고
울부짖고 통곡하니 기가 막히네
너는 이제 저승으로 가버렸으니
너를 만날 인연이 없어졌구나
네 어미는 지금 서울에 가서
너희 외할머니 앞에 있단다
네 죽음을 알게 한다면
약한 몸을 보전하기 어려우리라
부음을 듣고 나흘 지나서
금수1) 가에다 망전望奠 2)을 차린다
술과 과일을 조촐하게 차려 놓고
샘물을 떠다가 사발에 부었다
어미는 멀리 있어도 아비가 여기 있으니
혼이여, 이리로 오거라
샘물로 네 신열을 씻어내고
술과 과일로 네 목을 축이거라
울음을 그쳤다가 또 통곡하니
네 죽음이 너무나 가엾구나
가을 하늘이 구만 리 아득해
이 한이 끝까지 이어지누나
*임제의 큰 딸이 김극녕(金克寧)에게 출가했다가 일찍 죽었다.
1) 영산강의 다른 이름이다.
2) 전(奠)은 술과 과일을 차려 놓고 제사를 지내는 것인데, 신위 앞에 갈 수 없을 때에 멀리서 제를 드리는 것이 망전(望奠)이다.
●죽은 딸의 만사
네 아비가 지난해 흥양으로 부임하느라1)
서울 가을바람에 오마2)가 바삐 떠났지
슬하의 목소리와 모습이 늘 아리따웠건만
인간 세상에서 이별하고 보니 이제는 망망해라
달 밝은 빈 산에는 잔나비 울음 애달프고
골짜기에 찬서리 내려 난초 잎이 시들었구나
시집가던 날 돌아보며 못내 그리더니
저승에 가면 그 어디서 어미를 불러 보랴
1) 임제가 1584년 즈음에 흥양현감으로 부임하였다.
2) 네 마리 말이 수레를 끄는 것이 관례인데, 오직 태수로 나가는 경우에는 말 한 마리를 덧붙였다. 그래서 오마(五馬)라고 한다. <漢官儀>
이 뒤부터 오마는 지방 수령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황진이의 묘에서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
홍안(紅顔)을 어듸 두고 백골(白骨)만 무쳣난이
잔(盞) 자바 권(勸)하리 업스니 그를 슬허하노라.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
[현대어 풀이]
푸른 풀이 우거진 골짜기에 자고 있느냐, 누워 있느냐 ?
젊고 아름다운 얼굴은 어디에 두고, 창백한 백골만 묻혀 있는 것이냐 ?
술잔을 잡아 권할 사람이 없으니 그것을 슬퍼하노라.
[창작 배경]
작자는 당대의 대문장가로서 명산(名山)을 두루 찾는 풍류인이었다. 그가 평안도 평사(評事)로 부임해 가는 길에, 이미 세상을 떠난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가서 읊은 노래이다. 황진이가 살아 있을 때 서로 교분이 있던 작자가 풀섶에 덮힌 황진이의 무덤을 보고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지은 시조로, 후에 이 사실이 말썽이 되어 양반으로서의 체통을 지키지 못하였다고 해서 파면되었다고 한다.
過月南寺遺址 /과월남사유지
此*昔月南寺 /차석월남사 *예 석
煙霞今寂? /연하금적?
山曾暎金碧 /산증영금벽
水自送*昏朝 /수자송혼조 *어두울 혼
古塔依村*塢 /고탑의촌오 *둑 오
殘碑作野橋 /잔비작야교
一無元寶訣 /일무원보결
興廢問何勞 /흥폐문하노
월남사 옛터를 지나며
이곳이 옛날 월남사1) 였건만
이제는 연기와 노을만 적막해라
산은 벌써 노을에 물드는데
물은 저절로 아침 저녁을 보내네
옛탑은 촌 담장에 기대어 섰고
낡은 빗돌은 들판에 다리로 놓였네
없을 무(無) 자가 본시 보결2)이니
흥망을 애써 물어야 무엇하랴
1) 월남사는 월출산 남쪽에 있다. 고려시대 스님 진각(眞覺)이 처음 세웠으며, 이규보가 지은 비문이 있다. <신증 동국여지승람> 권37 <강진현>
현재 절터에 마을이 들어서서 월남리라고 하는데, 그 마을에 탑과 비신(碑身) 일부가 유물로 남아 있다.
2)훌륭한 비결이다.
댓글목록
상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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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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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학창시절에 이조년(성주인,위로 형 백년,천년,만년,억년이 있다)의 <이화에 월백하고~>와 함께 가슴에 다가왔던 임제의 <청초 우거진 골에~>를 공부하며 고전의 매력을 느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솔내대부님의 연재를 통해 폭넓게 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선조님들과 연관하여 정독을 하였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