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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子固)의 시에 차운하다. 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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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회 작성일07-03-09 18:34 조회1,6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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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 13 권   
 
 
 시류(詩類)
 
 
자고(子固)의 시에 차운하다. 4수 
 

나의 면목이 참으로 이와 같으니 / 面目眞如此
두로를 이미 알 수 있었고말고 / 頭顱已可知
일은 의당 후회가 없어야겠지만 / 事當無後悔
맘은 이미 이전 잘못을 깨달았네 / 心已悟前非
인간 세상은 교교하고도 요요하고 / 人世膠還擾
공명은 교활함이 어리석음 같아라 / 功名黠似癡
어느덧 실의에 빠진 사람이 되어 / 居然成濩落
앉아서 괴로이 시만 읊을 뿐이네 / 正坐苦吟詩

게으름과 한가함이 서로 짝했는데 / 慵與閑相伴
병은 응당 늙은이가 스스로 안다오 / 病應老自知
인정은 염량세태가 있거니와 / 人情有炎冷
세상일은 옳고 그름이 없구려 / 世事無是非
시구 찾아 때론 삼매경에 빠지고 / 覓句時三昧
책 돌려줌은 또 한 어리석음일세 / 還書又一癡
굶주려도 글자는 먹을 수 없나니 / 飢來難煮字
유난히 시를 좋아할 것 없다마다 / 不用酷耽詩

무쇠는 백번 단련해야 하거니와 / 鐵須百經鍊
황금은 또한 넷이 알 수가 있다오 / 金亦四能知
이젠 연명의 옳음을 깨달았으니 / 今覺淵明是
장차 백옥의 그름도 알아야겠네 / 行知伯玉非
아이에게는 인각의 상서가 없고 / 兒無麟角瑞
아비는 호두의 어리석음만 있으니 / 翁有虎頭癡
스스로 조소하건대 생전의 낙은 / 自哂生前樂
오직 헐후시만 남아 있을 뿐일세 / 唯存歇後詩

홀연히 극로인이 되려는 건지 / 忽忽耄將至
깜깜하여 아무것도 모르겠네 / 悠悠昏不知
천 년 만에 돌아온 새도 있었지만 / 千年有鳥有
만사는 말이 아닌 것이 아니라오 / 萬事非馬非
믿는 것은 오직 나의 충심이거니 / 信我惟丹悃
남이야 백치라고 웃거나 말거나 / 從人笑白癡
곤궁하여 아무것도 가진 건 없고 / 窮居無一物
단지 백 편의 시만 있을 뿐이라네 / 只有百篇詩


[주D-001]두로(頭顱)를 …… 있었고말고 : 두로는 백발의 쇠한 머리를 말한다. 남제(南齊) 때의 은사(隱士) 도홍경(陶弘景)이 종형(從兄)에게 보낸 편지에 “전에 내가 나이 40세 전후에 상서랑이 되거든 즉시 관직을 버리고 속세를 떠나려고 기약했었는데, 지금 나이 36세에 비로소 봉청이 되었고 보면, 40세의 머리를 알 만하니, 일찍 떠나는 것이 좋겠습니다.〔昔仕宦期四十左右作尙書郞 卽抽簪高邁 今三十六 方作奉請 頭顱可知 不如早去〕”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나이 40여 세에 이미 쇠한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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