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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은 과연 고려시대 장례풍속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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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발용 작성일07-09-14 18:03 조회1,3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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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은 과연 고려시대 장례풍속이었나


  이우석(건국대 박사과정)
 

전설의 진위


  상장례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고려시대 전공자라면 한번쯤 ‘고려장’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고려라는  말이 들어 있어서 당연히 고려의 풍습일  것으로 생각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려장은 ‘늙은 부모를 산  채로 내다버리던
악습’이다. 이렇듯 고려시대  장례풍속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는 고
려장의 실체는 무엇일까? 다음 이야기를 보도록 하자.

  옛날에 늙은 노인을  산중에 버리는 풍습이 있었다. 어느 노인이  나이가 70세
가 되자 아들이 늙은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서 약간의 음
식과 지고  왔던 지게를 놓아둔 채  되돌아오려고 했다. 그러자 그를  따라 왔던
어린 아들이 그 지게를  다시 지고 왔다. 그는 아들에게 왜  지게를 가지고 오는
가를 물었다. 아들은  “아버지도 늙으면 이 지게로  버리려고요”라고 대답하였
다. 그 말에 크게 뉘우치고 늙은 아버지를 다시 집에 모셔와 잘 봉양하였다.

  이 이야기는 고려장에  관련된 여러 가지 설화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중국
<효자전>의 원곡이야기와 비슷하다. 노인에 대한  공경을 강조하는 점에서 효의
윤리를 확산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인 듯하다.
  또 다른 형태의  이야기도 전한다. 국법을 어기고 숨겨 봉양하던  늙은 부모의
지혜로 국가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자, 이를  계기로 고려장을 폐지했다는 것이
다. 이는 불교경전인 <잡보장경> 기로국조의 설화와 유사한데, 이러한 이야기가
수용 확산되면서  기로국이 고려국으로,  기로의 풍습이 고려장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지면서 고려장이 실재한 것처럼 믿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고려장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 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고려시대의
장례제도는 더욱 아니다. 고려장의 모습을 전하는  당대의 자료나 이를 해명하는
고고학적 성과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장은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 되어 영화로,소설로, 때로는 불효가 판치는 각박한 세태를 비판하
는 텔레비전의 프로그램 속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고려시대는 불효죄를 엄격하게 처벌하였다.  “조부모나 부모가 살아있는데 아
들과 손자가 호적과 재산을 달리하고 공양을 하지 않을 때에는 징역 2년에 처한
다.”고 하였고, 또 “부모나  남편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슬퍼하지 않고 잡된
놀이를 하는 자는 징역 3년에 처한다.”고 법률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부모
에 대한 효도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늙은 부모를 내다버리는 풍습이 있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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