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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이보림 일화-솔로몬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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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8-02-13 14:45 조회1,2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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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림군 이보림(李寶林)이 죽었다. 사람됨이 엄하고 굳세며 바르고, 행정하는데 재능이 있었다. 일찍이 경산부를 맡았을 때, 길에 나갔다가 어떤 부인이 우는 소리를 듣고 말하기를, “이 여자의 우는 소리가 슬프지 않고 기뻐하는 것 같다." 하고 잡아서 심문하니, 과연 간부와 짜고 남편을 죽인 여자였다. 또 한 사람은 이웃 사람이 자기 소의 혀를 잘랐다고 몰아댔는데, 이웃 사람은 부인하였다. 보림이 그 소를, 사람을 시켜 오래 목마르게 한 다음, 간장을 물에 타 놓고서 마을 사람을 다 모아 놓고 명령하기를, “너희들이 차례로 소에게 물을 마시게 하되, 소가 마시려 하거든 그만두고 다음 사람에게 넘겨 주라." 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명령대로 하여 차례가 그 피의자에게 이르니, 소가 놀라서 달아났다. 그래서 그 피의자를 잡아서 심문하니, 과연 자백하기를, “이 소가 내 벼를 뜯어 먹었기 때문에 그 혀를 잘랐다." 하였다. 또 어떤 사람은 말을 내 놓아서 다른 사람의 보리를 거의 다 뜯어먹어버려 보리밭 임자가 말 임자를 고소하려 하니, 말 임자가 사정하기를, “나도 보리밭이 있으니, 보리가 익으면 당신에게 주겠소. 그러니 관청에 고소하지 마시오." 하여, 보리밭 임자가 허락하였다. 여름이 되어, 그 말이 뜯어먹은 보리가 다시 싹이 돋아 그래도 수확할 것이 있자, 말 임자가 말하기를, “당신의 보리도 여물었으니, 내가 반드시 당신의 보리를 갚아줄 이유가 없다." 하여, 보리 임자가 고소하였다. 보림이 두 사람을 앞마당에 불러 말 임자는 앉히고 보리 임자는 세워 놓고 말하기를, “동시에 빨리 달려서 못 따라가는 자는 벌을 주겠다." 하였더니, 말 임자가 따라가지 못하였다. 따져 물으니 대답하기를, “저 사람은 서고 나는 앉았으니, 어떻게 따를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보림이 말하기를, “그 보리도 마찬가지다. 뜯어먹은 뒤에 다시 싹이 났으니, 제대로 여문 보리를 따를 수 있겠느냐. 네가 처음에 말을 내놓아서 남의 밭에서 뜯어먹게 한 것이 첫째 죄요, 사사로이 그 주인한테 빌어서 관청에 고하지 못하게 한 것이 둘째 죄요, 꾀를 내어 약속을 어기고 보리를 주지 않았으니, 셋째 죄다. 법을 어지럽힌 백성은 징계하지 않을 수 없다." 하고 드디어 곤장을 때리고, 그 밭 보리를 고소한 자에게 돌려 주었다. 그가 정사를 엄하고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이와 같았다. 그러나, 대사헌이 되었을 때에 자못 집정 대신의 뜻에 맞추어 평소의 지조가 없으므로, 세상에서 대단찮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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