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집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추흥정에 제하다[題秋興亭]

【안】 정자는 용산강(龍山江)에 있는데 이숭인(李崇仁)의 기(記)에 의하면 김봉익(金奉翊)이 이 정자를 창건하고, 김비감(金秘監)이 추흥(秋興)이라 편액(扁額)했다고 하였다.

김후는 본래부터 아상을 지녀 / 金侯有雅尙 김후유아상

산수 좋은 고을로 돌아왔네 / 歸來山水鄕 귀래산수향

높은 데 올라 높은 정자를 짓고 / 登高構危亭 등고구위정

낮과 밤을 여기서 노닌다오 / 日夕此倘徉 일석차당양

기이한 봉우리를 우러러보고 / 仰視峯巒奇 앙시봉만기

기나긴 강 흐름을 내려다보면 / 俯看江流長 부간강류장

벼와 기장 벌판을 덮고 / 禾黍被原野 화서피원야

솔과 국화 길가에 가득하네 / 松菊滿道傍 송국만도방

서포에 지는 해는 붉고 엷은데 / 落日淡西浦 낙일담서포

동산에 흰 달이 둥실 떠오고 / 素月生東岡 소월생동강

청려장 손에 들고 구경나가니 / 藜杖極孤賞 려장극고상

옷깃에 선들기운 스며들어 / 衫袖領新凉 삼수령신량

가을바람에 이는 무한한 흥은 / 秋風無限興 추풍무안흥

넓고 커서 헤아릴 길이 없네 / 浩然不可量 호연불가량

삼봉 그 아래에 내 집이 있어 / 我家三峯下 아가삼봉하

두 곳은 멀리 서로 바라다보이니 / 兩地遙相望 양지요상망

어느 때 그곳으로 돌아가서 / 何當歸去來 하당귀거래

한 번 웃고 술잔 함께 들어 볼거나 / 一笑共深觴 일소공심상

김봉익=金暉   김비감=김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