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선조님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 답사여행(3)-백범선생의 임정 항주 천도-윤봉길의사 거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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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중 작성일11-03-11 17:08 조회1,773회 댓글0건본문
항주 송성(杭州宋城 |
중국의 항주는 상해에서 고속도로를 타면 3시간 남짓 걸린다. 예로부터 서호(西湖)가 있어 유명하다. 시인 소동파와 백거의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서호는 인공호수이긴 하지만 중간 중간에 커다란 섬을 가꿔놓은 거대한 호수다. 항상 흐르는 생수가 유입되어 깨끗하다. 서호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동파육이다. 소동파(蘇東坡)의 이름을 딴 이 음식은 술을 좋아하는 소동파가 하루는 손님을 불러놓고 아내에게 술과 안주를 부탁한다. 손님 접대에 진력이 난 아내가 이날따라 심술이 솟았던지 큼지막한 돼지고기 한 덩이에 술을 가득 부어 끓인다. 고기에 물을 붓고 온갖 양념을 넣어 끓인다면 맛있는 안주가 되겠지만 생고기에 술을 부었으니 제대로 된 안줏거리가 될 턱이 없다. 그런데 막상 푹 삶아진 고기맛이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맛에 견줄 가 아니다. 손님들은 대만족을 표시하고 이 음식에 소동파의 이름을 넣어 동파육이라 불렀다. 이 전통적인 음식은 오랜 세월을 겪으며 진미를 갈고닦았지만 주먹만 한 고깃덩이는 우선 연한 맛이 일품이다. 다만 어른 주먹보다 큰 고깃덩이를 한 입 베어 물자면 얼굴 가득이 묻는다. 시인과 고깃덩이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지만 술로 풀면 기막히게 어울린다. 동파육 말고도 전설이 깃들어 있는 거지닭도 먹어봤지만 닭고기 맛이야 별거이랴. 항주는 남송의 수도로서 중국에서도 6대 역사도시에 든다. 인구는 육백만 정도로 중국에서야 큰 도시에 낄 수 없지만 관광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광저우에 이어 2위를 확보하고 있다. 백범 김구선생이 윤봉길의사의 홍구공원 폭탄 투척사건으로 일본 경찰의 전면적인 압박을 피하여 상해임시정부를 항주에 옮겼던 일은 우리 민족과의 인연의 끈이라 할 수 있다. 항주에서 서호를 내려다보는 가장 좋은 장소는 성황각이다. 성황각은 우리나라의 성황당과는 전혀 다른 중국의 역사적 유물이다. 4층에 올라가면 동서남북을 각기 조망할 수 있는데 서호 전체를 볼 수도 있고, 구시가지 신시가지를 따로 나누어 보기도 하며, 능선으로 이어진 산봉우리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경관도 보게 된다. 조그마한 뒷동산 하나 없는 상해의 밋밋함에 비하면 항주는 산과 호수를 낀 천혜의 관광자원이다. 게다가 송나라 시절의 유명한 악비장군을 흠모하는 항주 사람들은 송성대공연장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송성에서 공연되는 래퍼토리는 악비장군의 용맹성을 한껏 북돋으며 송나라의 위용을 자랑한다. 열 번 싸워 아홉 번을 이긴 악비였지만 그를 시기하는 간신배들 때문에 결국 자살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원균의 모함에 걸려 투옥되었다가 백의종군으로 전선에 복귀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의 최후가 전쟁지휘자로서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았던 사실을 두고 어떤 역사연구자가 승전 후에 닥칠 간신배들의 모함을 이겨내려는 자결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나라를 위해서 진정으로 자기 목숨까지 바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나라의 안위는 아랑곳없이 오직 자기의 재산과 생명만을 지키겠다고 하는 간신배들이 수두룩함을 깨닫게 한다. 송성 공연장은 4천석의 좌석이다. 무대는 웅장하고 거대하다. 함께 관람한 국립극장 관계자는 무대장치에서는 송성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만 천오백석의 좌석조차 채우기 힘든 국내의 실상을 개탄한다. 연중무휴로 진행되는 항주 송성은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한국관객을 의식하여 중간에 아리랑무용단도 투입하는 서비스를 한다. 역사극을 공연하면서 아리랑을 선보이는 것은 지극히 상업적이지만 누구나 흥겨워한다. 서양사람들도 즐거워하고 중국 관광객들도 박수를 치니 순전히 한국만을 의식한 아리랑이 오히려 효자 구실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뿌듯한 긍지를 느끼게 되니 꿩 먹고 알 먹기다. 아리랑 가사는 완전 개사된 것이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고유 민악(民樂)이다. 어디서 들어도 정겹고 슬프다. 우리도 관광객을 위하여 새로운 상술을 개발해야한다. 항주의 밤은 서호에서 펼쳐지는 물 쇼가 절정이다. 서호에 배를 띄워놓고 빙 둘러선 숲을 찬란한 오색조명으로 적절하게 빛내며 수백 명이 물속에 뛰어들어 춤을 추고 물보라를 일으키는 등 은은히 떠오른 반달의 정취와 함께 아름다움은 절정을 이룬다. 천년 묵은 백사가 자기를 살려준 소년을 사랑하여 인간으로 변하여 사랑을 나누는 장면, 요괴스런 뱀으로 몰려 죽음을 당하자 사랑하는 소년은 끝내 자리를 뜨지 않는다는 흔해빠진 소재 하나로도 서호를 빛내는 물 쇼를 가장 아름다운 관광 쇼로 탈바꿈시킨 항주의 문화적 감각은 참으로 상찬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문화 디자인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항주의 밤은 저물어 가지만 수많은 관광객들은 자리를 뜨지 못한다. 물 쇼는 끝났지만 아직도 하늘의 별과 달이 어울린 밤 쇼는 더욱 깊어가는 밤과 함께 나그네의 정서를 자극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어울려 한 바탕 춤이라도 추고 싶은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상해로 되돌아오는 차에서도 보이지 않는 항주를 또 다시 돌아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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