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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허난설헌 시비의 시-夢遊廣桑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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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11-06-20 13:39 조회1,8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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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공(휘 홍도)의 사적비 개막식에 갔다가 서운관정공파 묘역을 둘러 보았습니다. 이때 허난설헌 할머니의 시비를 다시 보는 기회도 가져 보았습니다. 지난 2004년 안사연 여러분과 함께 방문했을 때는 미처 그 뜻을 충분히 새기지 못했다가 이번에 다시 살펴 보고 재해석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혹시 잘못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큰 지적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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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설헌 시비 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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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비 후면                                  시 부분

 

 * 설화 : 난설헌께서 27세에 별세하시기 얼마전 꿈을 꾸셨는데 꿈에 월궁(月宮)에 갔더니 월황(月皇)이 운(韻- 鸞, 寒)을 부르며 시를 지으라 하였답니다. 그리하여 아래와 같은 <몽유광상산> 시를 지었답니다.

그리고는 꿈에서 깨어난 뒤 그 경치가 낱낱이 상상되므로 다음의 "몽유기(夢遊記)"를 지었습니다.

어젯밤 꿈에 봉래산에 올라
갈파의 못에 잠긴 용의 등을 탔었네.
신선들께선 푸른 구슬지팡이를 짚고서
부용봉에서 나를 정답게 맞아 주셨네.
발아래로 아득히 동해물 굽어보니
술잔 속의 물처럼 조그맣게 보였어라.
꽃밑에 봉황새는 피리를 불고
달빛은 고요히 황금 물동이를 비추었어라.

이는 이렇게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봉래산은 바닷속에 있다는 신선산이다. 그래서 이곳으로 가려면 갈파의 물에 있는 용을 타야한다. 신선들처럼 푸른 구슬 지팡이를 짚고서 부용봉으로 올라가 내려다 보니 인간의 세계는 참으로 작고도 보잘것이 없다. 저 조그만 세계에서 사랑하고 미워하며, 슬퍼하고 눈물 흘렸던가, 난설헌은 선녀인지라, 세속의 눈물과 슬픔을 모두 잊어버리고 하늘나라의 생활을 즐기리라'고 난설헌은 생각한 것입니다. 

 그 뒤 난설헌은 나이 27세에 아무런 병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서 집안 사람들에게

'금년이 바로 3·9수에 해당되니, 오늘 연꽃이 서리에 맞아 붉게 되었다'(今年乃三九之數, 今日霜墮紅) 하고는 유연히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3·9는 27이라, 난설헌이 세상에 살다 간 세월과 같습니다.

      

      夢遊廣桑山(몽유광상산-꿈에 노닐던 광상산)

碧海浸瑤海(벽해침요해) : 벽해(푸른 구슬의 바다)는 아름다운 요해(아름다운 흰 옥구슬 바다)에 젖어 들고

靑鸞倚彩鸞(청난의채난) : 푸른 난새는 곱디 곱게 채색한 난새와 어울리네

芙蓉三九朶(부용삼구타) : 연꽃 27송이는 시들어가고

紅墮月霜寒(홍타월상한) : 떨어진 붉은 꽃은 달빛 아래에서 서리에 차갑네

 

 *주해

  1)碧海(벽해) : 푸른 바다-푸른 색 구슬의 바다, 아름다운 천상세계. 님이신 서당공(휘 성립)을 의미(?)

  2)瑤海(요해) : 아름다운 옥구슬 바다-흰 옥구슬의 바다, 아름다운 신선세계. 서정적 자아(난설헌)를 의미(?)

  3)靑鸞(청난) : 푸른 난새(상상의 새)-님이신 서당공(휘 성립)을 의미(?)

  4)彩鸞(채난) : 고운 색으로 장식한 난새(상상의 새)-서정적 자아(난설헌)를 의미(?)

  5)芙蓉(부용) : 연꽃으로 작자를 상징

  6)三九(삼구) : 27세

  7)霜寒(상한) : 서리 내린 추운 곳, 즉 죽음을 상징.

  8)廣桑山(광상산) :  신선 세계의 아름다운 곳 십주(十洲)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곳. 혹시 난설헌께서 두 자녀가 묻혀 있는 이곳(경기도 광주 경수마을, 현 묘소 자리)을 일컬은 것은 아닐지.

  9)1(기), 2(승)행에서는 댓구를 이루며 천상세계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렸는데, 1행에서는 푸른 구슬과 옥구슬이 폭포의 계곡물을 타고 내려 오는 신선세계의 아름답고 조화로운 모습을, 2행에서는 천상세계 하늘에서 난새 암수 한 쌍의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을 그렸다.

 3행(전)에서는 1,2행과 대조를 이루는 분위기로 반전되어 지상세계에서 생명 다한 아름다웠던 한 생명체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 주고, 4행(결)에서는 죽음의 무상과 허무와 슬픔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현실에서는 목숨이 다한 자신(3,4행)이 천상세계에서의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간절히 희구한 것(1,2행)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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