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재부(雙溪齋賦)-강희맹(姜希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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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작성일14-11-03 14:06 조회1,937회 댓글0건본문
쌍계재부(雙溪齋賦)
강희맹(姜希孟)
신도 왼편 경계 / 神都左界
성균관 동쪽 가녁에 / 泮宮東隈
풍운이 모여 흩어지지 않고 / 風雲儲其不散
골짜기 깊고 훤칠한데 / 洞壑窈而重恢
아름다운 나무가 울창하고 / 鬱交柯兮佳木
돌계단에 아롱진 이끼 / 斑石磴兮莓苔
냇물이 두 갈래로 나뉘어 / 川分派兮釵股
돌웅덩이를 지나 감돌며 / 承石窩兮盤洄
구슬을 울리는 듯 / 或淙潺而鳴環兮
살랑살랑 흐르다가 좍좍 떠들어대네 / 或㶁汨而喧豗
물이여, 너는 골짜기에서 얼마쯤 흘러나와 / 曾出洞兮幾許
이렇듯 문파를 흘려 재주를 기르느냐 / 潤文波兮育才
범인들은 보고도 몰라 / 凡庸晲視而莫察兮
이 좋은 땅을 숲에 묻히게 하였으니 / 令勝地埋沒乎草萊
하늘이 아끼고 땅이 비장한 이 곳은 / 固天慳而地祕兮
현영을 기다려 반드시 개척되느니 / 待賢英而必開
어와, 금헌선생은 / 於是琴軒先生
자영의 후손 / 紫纓之孫
화벌의 계통 / 華閥之胄
세속을 싫어하고 도를 즐기니 / 厭紛樂道
명랑한 정신에 빼어난 기상 / 神朗氣秀
백가서에 정통하고 / 膾炙墳典
글씨도 잘 써 / 糠粃史籀
젊은 나이에 노성한 그릇 / 羌年少而器老
덕도 많고 재주도 부하네 / 固德全而才富
가슴 활짝 헤치니 광풍제월 / 豁胸襟兮霽月
높은 기운이 우주에 드날리네 / 騁逸氣兮宇宙
귀가자제 버릇을 버리고 / 脫氣習兮紈綺
천석의 고황을 안았으니 / 抱膏肓兮泉石
칩영에 몸이 매었으나 고상한 생각이며 / 縶纓簪而遐思兮
그대로 조시를 못 떠나고 있으면서도 / 淹朝市以滯跡
이제 서울안을 훑어보아 / 爰相觀於都中兮
구석구석 다 찾았네 / 靡荒陬而不索
반수를 찾아 돌아가다가 / 尋泮水以探討兮
마침내 그 근원에서 좋은 곳을 얻으니 / 竟窮原而有獲
산을 등진 남향한 자리 / 實面陽而負陰兮
집터도 좋을씨고 / 宜君子之攸宅
가시덤불 베어내고 깊고 좁은 곳 넓히고 / 乃翦荊棘闢深窄
재목을 모으고 이엉을 이어 집 한 채 지어내니 / 誅茅鳩材爰始規畫
뜰은 말을 돌릴 만하고 / 庭可旋馬
마루는 자리를 벌일 만한데 / 堂容列席
질박도 않고 사치도 않게 / 不朴不侈
한 자, 한 도도 격식대로 / 靡違度尺
밝은 방 여니 명랑하고 / 開煥室以明朗
바람 맞이하는 헌함은 탁 트였네 / 疏風而四闢
선생이 그 안에 거처하며 / 先生偃息乎其中
조석으로 노래부르면서 / 嘯歌乎昕夕
우주의 신비를 관찰하고 / 乃妙觀於玄化
사시의 변천을 눈으로 보네 / 覩四時之流易
청양이 철을 알아 / 至若靑陽應候
봄빛이 하늘에 차면 / 韶華彌空
언덕의 풀이 뾰죽뾰죽 / 岸草欲芳
흙이 차츰 풀리고 / 土脈初融
시냇가의 버들 누른빛 흔들고 / 溪柳搖黃
동산의 복숭아꽃 빨간빛 자욱 / 園桃蒸紅
맑은 바람에 푸른 솔이 노래하는데 / 淡風煙兮碧松
명륜당에선 글공부하는 소리 / 咽絃誦兮夫子之宮
쌍계 해맑게 흘러 / 雙溪泓澄以流注兮
석탄을 내려가 더욱 영롱쿠나 / 下石灘而玲瓏
선생이 새로 지은 봄옷을 입고 / 先生於是佳春服之旣成
관동 6, 7명을 짝하여 / 偕六七之冠童
증점의 비파를 울리다가 뜻을 말하면서 / 鏗點瑟以抒情兮
기수에 목욕하는 높은 자취를 사모하네 / 慕浴沂之高蹤
4월달 청화한 계절 / 至若淸和届節
녹음이 깔렸는데 / 綠陰重浮
제비는 솔솔 바람에 / 紫燕兮輕風
꾀꼬리는 저 높은 언덕에 / 黃鸝兮崇丘
이윽고 더운 햇볕이 중천에 올라 / 俄畏景之當天
붉은 구름도 머물러 떠나지 못할 때도 / 駐彤雲兮不流
푸른 쌍계는 싸늘히 흐르며 / 雙溪淸泠寒碧
웅덩이에 슬슬 감도는데 / 盤渦旋油
선생이 세모시 적삼으로 바람을 쐬며 / 先生披細葛以涵風
서늘한 그늘아래 서성대누나 / 趁涼陰而夷猶
혹시 장마비가 지리하고 / 其或梅雨翛翛
음침한 구름이 먹먹하여 / 陰雲漠漠
앵두 열매는 타는 듯 / 山櫻兮欲然
새들도 날개가 젖어 갈 곳을 몰라 할 제 / 濕鳥兮無托
쌍계가 여러 냇물을 받아 형세가 커져 / 雙溪承衆流以勢大
빈 산에 쾅쾅 쏟아져 흐르네 / 響空山而噴薄
선생이 이에 지팡이를 손에 쥐고 / 先生於是枯藜在手
짚신을 발에 신고 / 草屩承脚
근본이 있으면 줄곧 흐르고 / 思有本之不捨
근원이 없으면 금방 마르는 물의 이치를 생각하네 / 料無源之易涸
이윽고 가을 되어 금풍이 설렁대고 / 至若金風槭槭
하늘은 해맑은데 / 瑤宇湛湛
가벼운 서리가 수풀에 내려 / 抹輕霜兮林表
단풍잎이 무르익으려 하고 / 絢殷紅兮欲酣
국화는 산기슭에 향기롭고 / 菊芳兮山阿
연잎은 찬 못에 거꾸러졌다 / 荷倒兮寒潭
기분 더욱 상쾌하고 한편으로 쓸쓸도 하니 / 增爽塏以淒澟兮
멋대로 그윽한 경지를 탐방할 때로구나 / 恣躬搜與幽探
쌍계가 거울처럼 맑고 쭉빛처럼 파란데 / 雙溪澄淸若鏡綠淨如藍
선생이 이에 술병을 열고 냇물가에 앉아서 / 先生於是開芳樽以臨流
아름다운 손들과 함께 노니네 / 與佳客兮相參
혹시 매미소리 그치고 / 其或玄蟬響息
밝은 달이 떠올라 / 素月騰輝
사람 없는 고요한 밤에 / 夜岑寂以無人兮
뜰안에 귀뚜라미 울 적이면 / 咽寒螿兮庭闈
쌍계는 싸늘히 달을 비추어 / 雙溪泠泠以耀月兮
찬란한 은과 수은을 뿌린 듯 / 爛銀汞之四圍
선생이 이에 / 先生於是
거문고를 어루만지며 아양곡을 타는구나 / 撫枯桐以奏曲兮
이윽고 겨울 / 托洋峨於瑤徽
북풍이 울부짖고 / 至若朔吹號怒
장림이 텅 비었는데 / 長林一空
추위가 사람에게 다가오니 / 閔薄寒之中人兮
등걸을 피워서 방을 덥히네 / 煨榾柮以煖烘
쌍계는 얼음이 얼어 아로새기고 / 雙溪成氷以雕鏤兮
거문고를 울리듯 징동댕동 / 鳴琴筑而丁東
선생이 이에 / 先生於是
저녁 술에 얼근히 취하여 자용구를 입고 / 倚暮酣襲紫茸
양지 언덕에 서성대며 / 立陽坡而延佇兮
낯을 에는 바람을 쏘이네 / 傲刮面之陰風
혹 검은 구름 뭉게뭉게 모이고 / 其或頑雲結葉
함박눈이 꽃처럼 나부껴 / 密雪飄花
공중에 체 치며 젓나무에 쌓이고 / 篩空羃檜
구렁을 메우고 벼랑에 가득할 제 / 塡坑滿崖
쌍계가 얼어붙어 소리가 없고 / 雙溪凍合以無聲兮
은 배암처럼 구불구불 달리면 / 走蜿蜒之銀蛇
선생이 이에 비단장막 젖히고 / 先生於是
사창을 열어놓고 / 揭錦帳拓窻紗
양고주를 따르며 / 酌羊羖之美醞
섬섬옥수 시켜서 등을 긁히며 / 令纖手以搔爬
아름다운 노래에 기쁨이 더해 / 度妙曲而增懽
만당의 화기가 봄인 듯하네 / 譪一堂之春和
네 철이 분분히 번갈아드나 / 紛四序之代謝兮
광경은 이렇듯이 그지없으니 / 信光景之無窮
지척에 속세를 격하여서도 / 隔凡塵於跬步兮
완연히 여기는 선경이로다 / 宛一入乎壺中
노래로 고하여 가로되 / 誶曰
지신이 기다림이 있어 / 地靈有待
비장을 열게 하였네 / 發祕藏只
가시덤불 베어내자 / 剗乃荊榛
흙이 단단하고 / 土燥剛只
뜰은 말을 돌릴 만하고 / 庭可旋馬
손이 마루에 오르네 / 客登堂只
지은 집 아늑할사 / 築室孔安
군자가 편안하네 / 君子寧只
군자가 편안하거니 / 君子寧只
천 년이나 살리로다 / 享千齡只
거듭 고하기를 / 重爲告曰
산중에 깊이 갇혀 오막살이에 살면 / 汨囚山兮蔽蓬蓽
세속을 영영 떠나 혼자서 즐기니 / 甘長往兮樂幽獨
성조를 멀리함이 무엇 즐거운가 / 奚所樂兮逭聖朝
물고기와 벗하고 사슴과 짝하는 것 / 侶魚蝦兮友麋鹿
나는 이 쌍계를 사랑하노니 / 我愛雙溪兮
강호도 아니요, 산림도 아니라 / 匪江湖與山林
벼슬에 얽매어서도 마음은 연하로세 / 跡拘簪組兮煙霞心
나도 가서 좇으려 하나 동부가 깊도다 / 欲往從之兮洞府深
무엇으로 선물할까 쌍남금으로 하리라 / 何以贈之兮雙南金
[주D-001]문파(文波) : 학문하는 반궁(泮宮) 앞으로 흐르는 물이기 때문에 문파(文波)를 흘렸다 한 것이다.
[주D-002]천석(泉石)의 …… 안았으니 : 당 나라 전암(田巖)이 벼슬을 마다하고 깊은 산속에 숨어 살면서 임금이 지나다가 묻은 말에 답하기를, “신(臣)은 연하고질(煙霞痼疾)이요, 천석고황(泉石膏肓)입니다.” 하였다. 그것은 산수(山水)를 좋아하는 성벽(性癖)이라는 뜻이다.
[주D-003]선생이 …… 사모하네 : 공자가 한가한 때에 여러 제자에게 뜻을 물었더니, 다른 이는 각각 포부를 말하는데 증점은 비파를 타다가 놓으며, “저는 모춘(暮春)에 춘복(春服)을 새로 지어 입고 관자(冠者) 5~6명과 동자(童子) 6~7명을 데리고 무우(舞雩)에 바람 쏘이고 기수(沂水)에 목욕하고 시 옮으며 돌아오리다.” 하였다.
[주D-004]무엇으로 …… 하리라 : 진(晉) 나라 장재(張載)의 〈의사수(擬四愁)〉에서 나온 한 구절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양주동 (역) ┃ 1969
강희맹(姜希孟)
본관 진주(晋州). 자 경순(景醇). 호 사숙재(私淑齋) ·운송거사(雲松居士) ·국오(菊塢) ·만송강(萬松岡). 세종의 이질(姨姪)이고, 화가 희안(希顔)의 동생이다.
1447년(세종 29) 별시문과에 장원급제하여, 종부시주부로 벼슬을 시작하였다. 1450년 예조좌랑에 이어 돈령부판관을 역임하였다. 1453년(단종 1) 예조정랑이 되었으며, 1455년(세조 1)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고 세조로 등극하자 원종공신 2등에 책봉되었다. 1463년 중추원부사로 진헌부사(進獻副使)가 되어 명(明)나라에 다녀왔다. 1464년 부윤으로 어제구현재시(御製求賢才試)에서 차석, 1466년 발영시(拔英試)에서 3등, 등준시(登俊試)에서 차석을 차지하였다. 세조의 총애를 받아 세자빈객이 되었으며, 예조판서 ·형조판서를 지냈다. 1468년(예종 1) 남이(南怡)의 옥사사건을 해결한 공로로 익대공신(翊戴功臣) 3등으로 진산군(晉山君)에 책봉되었다. 1471년(성종 2) 좌리공신(佐理功臣) 3등에 책봉되고, 지춘추관사로 신숙주 등과 함께 《세조실록》 《예종실록》을 편찬하였다.
이어 돈령부판사 ·우찬성 등을 거쳐 1482년 좌찬성에 이르렀다. 당대의 뛰어난 문장가로서 경사(經史)와 전고(典故)에 통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맡은 일은 완벽하게 처리하면서도 겸손하여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관인적 취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사회에서 널리 전승되고 있던 민요나 설화에도 남다른 식견으로 관인문학(官人文學)의 틀을 스스로 깨뜨려 버리는 면도 있었다. 이런 예는 당시 농정의 실상과 농민들의 애환을 노래한 <농구십사장(農謳十四章)>에 잘 나타나 있다.
문집으로는 《금양잡록(衿陽雜錄)》 《촌담해이(村談解頤)》와 할아버지와 아버지 및 형 희안의 시를 모아 편찬한 《진산세고(晉山世稿)》가 있다. 이 밖에 서거정이 성종의 명을 받고 편찬한 《사숙재집(私淑齋集)》(17권)이 전한다. 세조 때 《신찬국조보감》 《경국대전》, 성종 때 《동문선》 《동국여지승람》 《국조오례의》 《국조오례서례》 등의 편찬에도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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