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院春深綠映紅(금원춘심녹영홍) 대궐안에 봄은 깊어 녹음속에 붉은꽃 비치는데

紗窓玉漏響丁東(사창옥루향정동) 비단창가에 물시계 소리 똑똑 들리어 오네.

名花灼灼舒遲日(명화작작서지일) 모란은 활짝피고 긴긴해 나른한데

細柳依依弄慢風(세류의의롱만풍) 실버들 간들간들 봄바람에 나부낀다오.



夜동金殿燭搖紅(야동금전촉요홍) 밤늦은 궁궐안에 붉은 촛불 흔들리는데

星斗欄干尙在東(성두난간상재동) 북두성이 아직은 동녘에 보이네.

漏罷曉鐘驚鎖直(누파효종경쇄직) 새벽종은 그치어 인기척에 놀라지만

倚欄饒睡牧丹風(의란요수목단풍) 난간에 기댄채로 모란 향기에 포근히 잠들고자 하네.



대궐안 숲속에 많은 꽃 활짝피니 역사는 덧없이 흘러흘러만 가네.

세상사 분분하여 왕실이 흔들리지만 아직은 나라갈길 희망은 보인다오.

관원들이 東馳西走(동치서주) 뛰고 있지만 이내 몸 모란향에 의지하여

포근히 잠들곺아 하네.



위 "牧丹詩"는 척약재학음집"에 실린 문온공(구용) 할아버지의 시입니다.

문온공께서 16세 되시던 해(1353년) 공민왕 친시(新進士試)에 목단시를 지어

장원급제하여 산원 벼슬을 받으시게 되었고,

이로부터 문온공 후손가 紋章(家花)은 모란꽃이 되었습니다.



목단꽃은 밑에서 부터 많은 줄기가 올라와 넓은 수관을 만들고

5월에 개화하는 꽃은 여러 종류의 색상이 있으나 진분홍이 제격입니다.

꽃은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그윽한 향기가 봄의 향취를 높게하므로

화분에 심어 베란다에 놓아두고 보면 아주 훌륭합니다.

문온공 후손되시는 분들께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