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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허난설헌 작품 모음집
(1)廣寒殿白玉樓上樑文 (2002. 12. 14. 태영(군) 제공)
허난설헌著. 한호(석봉)書. 許蘭雪軒(1563 ~ 1589)이 지은 글에 1605년(宣祖 38) 韓濩가 半草書로 써서 陰刻한 木板을 찍은 것이다. 本文은 모두 9장으로 作者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表紙에는 [僊語]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仙語라는 뜻으로 神仙의 얘기를 담았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글에 담긴 내용과 상통되는 점이라 하겠다. 裡面 앞에는 [廣寒殿白玉樓上樑文]이라 首題하고 1面 5行으로 배열 하였다. 끝에는 [皇明萬曆紀元之三十三載己巳夏仲望石峰書于遼山郡之沖天閣]이라 기재 되어 있다. 이로 보아 韓石峰이 1605년 縣令으로 있을때 이웃고을인 遼山郡 (遂安郡의 舊名)에 갔다가 쓴것으로 보인다. 이글은 여류 蘭雪軒의 名文으로 알려져 있으며 <奎 NO 2843> <蘭雪軒集>의 부록에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그 내용은, 天上 仙界에 있다는 廣寒殿과 白玉樓의 假想世界를 동경하여 그것을 작자의 이상세계로 현실화 시키고 그 殿과 樓를 짓고 上樑에 올리는 글을 지은 것이다. 이것은 蘭雪軒이 여덟살때 지었다고 전해지나, 그 전기가 풍부한 문장, 神仙的 분위기와 道家의 用語가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는 점으로나, 閨房의 恨을 달래면서 현실을 떨쳐 버리는 作者의 심경이 상징적으로 表白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晩年의 作으로 보인다. 그는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외로운 閨中生活을 하다가 27세로 요절했던 것이다. 어쨌던 이 板書는 글과 글씨 모두 名品인 것이다.
(2) 시 삼 수 (2002. 8. 31. 영환(문) 제공) <규장각도서 한국본 도서해제> 발행처: 한국인문과학원 에서 옮김.
(가) 采蓮曲 채련곡(연꽃을 따는 노래)
秋淨長湖碧玉流 가을에 맑은 호숫물 옥돌처럼 흘러가고 추정장호벽옥류 蓮花深處繫蘭舟 련꽃 피는 깊은 곳에 란초 배를 매놓고서 련화심처계란주 逢郞隔水投蓮子 당신 보고 물건너서 련꽃을 던졌는데 봉랑격수투련자 或被人知半日羞 혹시 남이 봤을가봐 반나절 부끄럽네 혹피인지반일수
(나) 江南曲
人言江南樂 사람은 강남의 즐거움을 말하고 我見江南愁 나는 강남의 수심을 보고 있다. 年年沙浦口 해마다 이 포구 와서 보고 腸斷望歸舟 애끓게 떠나는 배를 바라본다
奇夫江舍讀書 [*1] 燕掠斜첨兩兩飛 제비는 처마를 스쳐 / 쌍쌍이 비껴 날고, 落花요亂撲羅衣 지는 꽃은 우수수 / 비단 옷에 부딪네. 洞房極目傷春意 내다뵈는 그 모든 것 / 봄시름을 돋우는데, 草綠江南人未歸 초록 강남 낭군님은 / 돌아올 줄 모르시네. (처마 첨) (감길 요)
(다) 貧女吟 (가난뱅이여자의 노래)
豈是乏容色 工鍼復工織 이 얼굴 남들만 못하지 않고 바느질 길쌈베도 솜씨 있건만, 少小長寒門 良媒不相識 가난한 집 태어나 자란 탓으로 중매인도 발끊고 몰라라 하네. 不帶寒饑色 盡日當窓織 추위도 주려도 내색치 않고, 진종일 창가에서 베를 짜나니, 惟有父母憐 四隣何曾識 부모님야 안쓰럽다 여기시지만, 이웃이야 그 사정 어이 알리요. 夜久織未休 알알鳴寒機 밤 깊어도 짜는손 멈추지 않고 짤깍짤깍 바디소리차가운 울림, (창 알) 機中一匹練 終作阿誰衣 베틀에 짜여가는 이 한 필 비단,필경 어느 색시의 옷이 되려나? 手把金剪刀 夜寒十指直 가위 잡고 삭독삭독 마를 제면 밤도 차라 열손끝이 곱아드는데 爲人作嫁衣 年年還獨宿 시집갈 옷 삵바느질 쉴새 없건만 해마다 독수공방 면할 길 없네.
(3) 허난설헌 시집(허경진역)에서 인용한 시 몇 수 (2002. 8. 26. 태영(군) 제공)
(가) 몽유기(夢遊記)
난설헌의 죽음은 신비롭다. 허균의 《학산초담》과 구수훈(具樹勳)의 《이순록(二旬錄)》에 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난설헌이 일찌기 꿈에 월궁(月宮)에 이르렀더니, 월황(月皇)이 운(韻)을 부르며 시를 지으라 하므로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게 기대었구나. 부용꽃 스물 일곱 송이가 붉게 떨어지니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허경진 역) (碧海浸瑤海 靑鸞倚彩鸞 芙蓉三九朶 紅墮月霜寒) 라고 하였고, 꿈에서 깨어난 뒤 그 경치가 낱낱이 상상되므로 "몽유기(夢遊記)"를 지었다.
어젯밤 꿈에 봉래산에 올라 갈파의 못에 잠긴 용의 등을 탔었네. 신선들께선 푸른 구슬지팡이를 짚고서 부용봉에서 나를 정답게 맞아 주셨네. 발아래로 아득히 동해물 굽어보니 술잔 속의 물처럼 조그맣게 보였어라. 꽃밑에 봉황새는 피리를 불고 달빛은 고요히 황금 물동이를 비추었어라.
봉래산은 바닷속에 있다는 신선산이다. 그래서 이곳으로 가려면갈파의 물에있는 용을 타야한다. 신선들처럼 푸른구슬지팡이를 짚고서 부용봉으로 올라가 내려다 보니 인간의 세계는 참으로 작고도 보잘것이 없었다. 저 조그만 세계에서 사랑하고 미워하며, 슬퍼하고 눈물 흘렸던가, 그는 선녀인지라, 세속의 눈물과 슬픔을 모두 잊어버리고 하늘나라의 생활을 즐길뿐이다.
그 뒤에 그녀의 나이 27세에 아무런 병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서 집안 사람들에게 '금년이 바로 3·9수에 해당되니, 오늘 연꽃이 서리에 맞아 붉게 되었다' (今年乃三九之數, 今日霜墮紅) 하고는 유연히 눈을 감았다. 3·9는 27이라, 난설헌이 세상에 살다 간세월과 같다.
난설헌은 그렇게 1589년 3월 19일, 향년 27세로 요절했다. 집안에 가득 찼던 그녀의 작품들은 다비(茶毗: 불교용어로 불태우는 것. 화장.)에 부치라는 그녀의 유언에 따라 모두 불태웠다.
(나) 망선요(望仙謠) - 『선계를 바라보며 노래함』
瓊花風軟飛靑鳥 경화풍연비청조 王母麟車向蓬島 왕모인차향봉도 蘭旌蘂피白鳳駕 난정예피백봉가 [치마 피 = (巾皮)] 笑倚紅란拾瑤草 소의홍란습요초 [가로막을 난 = 門 + 柬]
아름다운 꽃 바람에 하늘거리고 파랑새가 날아오르는 사이 서왕모님 기린 수레 타고 봉래섬으로 향하시네. 난초 깃발 꽃술 장식 장막 드리워진 눈부신 봉황 수레여, 미소지으며 난간에 기대어 향기로운 풀꽃을 뜯으시네.
天風吹擘翠霓裳 천풍취벽취예상 玉環瓊佩聲丁當 옥환경패성정당 素娥兩兩鼓瑤瑟 소아양양고요슬 三花珠樹春雲香 삼화주수춘운향
하늘에서 바람 불어와 파르스름한 무지개 옷이 흩날리고 옥가락지와 옥패물이 부딪쳐 청아한 소리 울려 퍼지네. 달나라 선녀들 둘씩 짝을 지어 아름다운 비파를 연주하니 일년에 세 번 꽃 피는 나무엔 봄 구름 향기가 감도누나.
平明宴罷芙蓉閣 평명연파부용각 碧海靑童乘白鶴 벽해청동승백학 紫簫吹徹彩霞飛 자소취철채하비 露濕銀河曉星落 노습은하효성락
어느새 새벽이 다가와 부용각 잔치는 끝나고 푸른 신선 바다의 신선은 흰 학에 올라타시네. 뚫는 듯 들려오는 자줏빛 피리 소리에 오색 노을 흩어지고 이슬 젖은 은하의 강 속으로 새벽 별이 떨어지네
(4)<난설헌집>에 없는 시 <산람> 소개 (2005. 8. 9. 영환(문) 제공)
山嵐(산람)-(산 아지랑이)
暮雨侵江曉初闢 (모우침강효초벽) : 저녁 비가 강을 엄습하더니 새벽이 비로소 열리고 朝日染成嵐氣碧 (조일염성남기벽) : 아침해가 산 아지랑이를 온통 푸르게 물들이네. 經雲緯霧錦陸離 (경운위무금륙리) : 피어오르는 구름과 퍼지는 안개가 비단으로 짜이고 織破瀟湘秋水色 (직파소상추수색) : 소상강 위에서 헤쳐지며 가을 물빛으로 화하도다. 隨風宛轉學佳人 (수풍완전학가인) : 바람 따라 천천히 돌며 아름다운 여인인양 畵出雙蛾半成蹙 (화출쌍아반성축) : 고운 눈썹을 그려보지만 반쯤은 찌푸려졌네. 俄然散作雨비비 (아연산작우비비)(비 = 雨 아래 非) : 갑작스레 비가 거세게 흩뿌리며 내리더니 靑山忽起如新沐 (청산홀기여신목) : 청산이 새로 목욕한 듯 홀연히 일어서누나.
[류주환 역]
이 시는 허난설헌 문집인 "난설헌집"에는 나오지 않고 "역대여자시집"이란 곳에 나오고 있는 소위 문집외 시들 중 하나입니다. 3구와 4구는 마치 멋지고 그윽한 동양화 한 폭입니다. 원문을 보면 수직으로 피어오르는 구름과 수평으로 퍼지는 안개가 서로 씨실과 날실이 되어 빛나는 비단을 짜고 있고, 그렇게 짜여진 것이 소상강에까지 이어져서 그 위에서 비단이 풀어지듯 조각조각 바스러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드러나는 것은 온통 깊어진 가을의 물빛이고요. 소상강은 중국에 있는 강으로서 옛날 순(舜)임금이 죽자 그의 두 부인 아항(娥姮)과 여영(女英)이 소상강에 와서 빠져죽었다는 고사가 있어 많은 시와 노래에 등장한 의미 있는 강입니다.
마지막 두 구도 몹시 기상이 크고요. 시가 6구와 7구가 없거나 조금 다르다면 여자가 쓴 것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보기에 시의 전체적인 스케일에 비추어 이 두 구의 무게가 떨어져서 달리 번역할 수 없을까 고심을 해보았지만 위처럼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참, 저는 한문에 관한 한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제 번역을 다 믿지는 마시고 (^^) 저 번역을 언제 다시 고칠 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다음은 허경진님의 번역입니다.
늦은비가 강을 적시면서 새벽이 처음 열리고 아침해가 물들면서 아지랑이 더욱 푸르러지네. 구름과 안개 얽히면서 비단이 땅에 깔리는데 소상 강가에서 찢어지며 가을 물빛을 보여주네. 바람 따라 완연히 돌며 예쁜 여인을 배우다가 굽은 눈썹 그려 내었지만 반쯤은 찌푸려졌네. 잠시 뒤에 흩어져서 비가 되어 흩뿌리더니 푸른 산이 갑자기 일어서는데 새로 목욕한 듯싶어라.
5) 모 사이트에서 (2005. 2. 28. 태서(익) 제공)
송하곡적갑산(送荷谷謫甲山)-허송하곡적갑산(送荷谷謫甲山)-허난설헌(虛蘭雪軒) 하곡 오빠가 갑산에 귀양가기에-허난설헌(虛蘭雪軒)
遠謫甲山客(원적갑산객) : 멀리 갑산으로 귀양가는 나그네 咸原行色忙(함원행색망) : 함경도로 가는 행색 황망하기만 하다 臣同賈太傅(신동고태부) : 신하의 심정은 고태부나 主豈楚懷王(주기초회왕) : 임금은 어찌 초회왕이리오 河水平秋岸(하수평추안) : 강물은 가을 언덕에 평평히 흐르고 關雲欲夕陽(관운욕석양) : 변방의 구름에 석양이 물들려한다 霜風吹雁去(상풍취안거) : 서릿바람 불어와 기러기 날아가니 中斷不成行(중단불성행) : 마음이 아파서 더 이상 못쓰겠구나
추한(秋恨)-허난설헌(虛蘭雪軒)
가을의 정한-허난설헌(虛蘭雪軒)
絳紗遙隔夜燈紅(강사요격야등홍) : 붉은 깁창 저 넘어 밤등불 붉은데 夢覺羅衾一半空(몽각나금일반공) : 비단 이부자리에서 잠 깨니 옅자리가 비었구나 霜冷玉籠鸚鵡語(상냉옥롱앵무어) : 서리기운 차가웁고 새장에는 앵무새 울고 滿階梧葉落西風(만계오엽락서풍) : 뜰에 가득한 오동나무 서풍에 잎이 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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